6주차 에세이 (4/28) 구조주의와 상징인류학: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빅터 터너, 메리 더글러스

 

레비-스트로스와 터너, 더글러스는 문화의 상징적, 해석적 측면에 집중한 학자들로서 지난 시간 다뤘던 레슬리 화이트, 줄리언 스튜어드, 마빈 해리스의 유물론적 입장과 대척점에 서 있다. 특히 레비-스트로스로부터 시작된 학문적 경향을 구조주의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가 모든 문화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보편적 심성을 밝혀내려 했고 그 근거를 친족체계와 신화 등의 사회적 상징을 구조화시키는 데서 찾았기 때문이다. 구조주의자는 고립된 사물 하나하나보다는 사물이 결합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실제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의 가짓수를 고려한다. 구조주의적 연구는 보편적 유형을 추상적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전제를 세운 후 검토하는 연역적 방법에 가깝다. 래드클리프-브라운 등 영국에서의 구조기능주의주의자들이 귀납적 추론을 연구방법 삼은 것에 비춰볼 때 이는 큰 차이점이다. 또한 사회적 구조 내의 질서만을 밝히려 시도한 구조기능주의에 비해 구조주의는 사고의 구조에도 관심을 보인다.

 

사회구조를 분석할 때 민족지학자 스스로의 사고와 그가 연구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구분하면서도 레비-스트로스는 외부자적 시선에서 분명히 밝혀낼 수 있는 보편적인 문화의 내적 논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는 레비-스트로스의 연구가 많은 비판을 받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영국과 네덜란드, 벨기에 등 타국의 구조주의인류학자들은 레비-스트로스에 비해 각 문화의 고유성을 중시했고 문화의 특수성에 구애받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 심성이 있다는 데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학계의 반발에도 불구 그가 자신의 입장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데는 인류학에 적용하려 한 언어학적 개념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레비-스트로스가 뒤르켐, 모스의 사상과 더불어 연구의 원천으로 삼은 소쉬르의 구조언어학은, 각 민족어의 특징보다는 모든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합과 배치의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레비-스트로스의 연구와 상통한다.

 

뜻을 가진 언어의 최소 단위인 음소에 해당하는 신화학 상의 용어로서, 레비-스트로스는 모든 신화를 이루는 최소단위의 구성요소를 신화소라 부르며 신화의 성립원리를 구조화하려 했다. 그에 따르면 신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담고 있는 그릇이며, 창작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신화소들을 이리저리 섞는 과정을 통해 의미를 창조하기 마련이다. 4부작의 신화학 대계로 일컬어지는 레비-스트로스의 방대한 신화연구는 영국과 미국의 인류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후 구조주의 문학비평이라는 시도를 낳았고 한 학문의 가두리를 벗어나는 학문적 유산으로 남았다. 다만 신화가 신화소로 구성되는 것이 특정한 저자 없이 구전되어 내려오는 신화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인지, 모든 이야기에서 개별 인격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지 좀 더 규명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학과 방법적 유사점을 보이는 또 다른 예로, 레비-스트로스는 야콥슨의 자음 모음 삼각형에서 원리를 따와 요리의 자연적 차원과 발달된 형태 각각에 날것/익힌 것/썩힌 것, 구운 것/그을린 것/삶은 것이라는 축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밖에 대표적인 그의 연구로는 <토테미즘>(1962), <야생의 사고>(1962) 등 뒤르켐과 모스의 분류체계이론을 고도화한 것과, 첫 저서인 <친족의 기본구조>(1947)에서 소상히 설명된 친족 연구, 브라질 현지조사를 기초로 작성한 여행기적 민족지인 <슬픈 열대>(1955) 등이 있다. 출계보다는 결연을 중시했다는 것이 영국과 미국의 인류학자들이 이전에 행한 친족연구와 레비-스트로스의 연구를 구분시키는 출발점이며, 레비-스트로스는 남자가 외삼촌의 딸 또는 고모의 딸과 결혼하는 것을 기본 유형으로, 근친상간 금기가 없는 대상과는 누구든 결혼할 수 있는 것을 복합적 유형으로 보았다.

 

터너는 한 사회의 문화 속에서 통과의례나 순례와 같은 비일상적 상황의 과도기적 상태에 주목했다. 그는 이런 경계적 상태가 구조적 시간 밖에 초월적으로 존재한다고 통찰했고 이를 코뮤니타스(communitas)라고 불렀다. 터너에 따르면 의례는 물론이고 한 사회의 변천과정은 외부인의 관점에서 보기에 극적인 성격을 띤다. 규칙적으로 재현되는 사회적 드라마의 구조에서는 규칙과 규범의 위반으로 갈등이 시작되며 그 갈등이 사회적 분열로 이어지지만, 이러한 구조 사이에 속하지 않는 경계의 상황이 있고, 리미날리티(liminality)’-반 헤네프의 개념으로, 터너는 이를 차용해 그 성격을 코뮤니타스로 보았다.-의 기간에는 구조화되지 않았거나 구조화 정도가 낮은 위계 없는 개인들의 공동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코뮤니타스와 구조의 속성을 여러 이원적 대립관계로 분석했고, 이에 기초해 각각의 상징을 다른 사건들과의 관련 속에서 연구하고자 했다. 이로써 그의 인류학은 사회구조를 공시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개인들이 실행하는 사건들의 인과를 추적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다양한 인간집단들이 반복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인 공적 행위를 창출해내는 과정에 대한 연구로 발전했다. 정치인류학에 대한 과정적 접근이나 일본의 전통극인 의 드라마 연구 등 다방면에 걸친 터너의 연구들은 인류학의 계보에서 비 관습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더글러스는 통문화적 비교연구로 사회적 분류체계에 대한 뒤르켐의 탐구를 확대해나갔다. 그녀가 연구한 렐레인은 수줍음, 정숙함, 수치심을 의미하는 부호니(buhonyi)와 육체적 오물인 하마(hama)를 분리했고, 깨끗함에 대한 이 규칙을 먹을 것과 오물을 분리하려는 노력으로 이어갔다. 더글러스에 따르면 신성함이란 곧 피조물의 범주에 대한 구분인데, 특정 범주에 속하기에는 어긋나는 사물들은 종종 금기의 대상이 되었다. 더글러스가 인용한 체스터필드 경의 정의가 말해주듯, 오물은 제자리를 벗어난 사물인 것이다. 성경에서 물속에 살지만 비늘이 없는 생물들을 먹지 말라고 한 것이나, 가축이나 애완동물 어느 한쪽으로 보기 어려운 토끼가 비하적 의미를 지닌 속어(bunny, cunny )로 쓰이는 것이 이런 예에 속한다. 더글러스가 또하나 관심을 갖고 분류한 것은 집단성(group)과 행동준칙(grid)의 강약에 따른 사회의 성격이다. 집단성은 제한된 사회적 단위의 경험이고, 행동준칙은 자기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규칙이며 각각은 독립변수이다.

 

강한 집단성/강한 행동준칙의 사회에서 개인의 경험은 사회 내외부의 경계와 구성원들 간의 규칙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의 통제를 겪고, 뚜렷이 정의된 사회적 부문 안에 속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는 내부 분열 없이 오래 지속되며 개인의 행동이 비교적 고정된 형태를 띤다. 반면 약한 집단성/약한 행동준칙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가장 자유롭고 경제적 활동이 특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강한 집단성/약한 행동준칙 사회에서 인간은 내부인과 외부인이라는 이원적인 도덕에 따르며, 약한 집단성/강한 행동준칙 사회에서 인간은 사회와 우주에 대한 이론적 관념을 발달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더글러스는 사회가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는 가정 하에,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설명하는 방식에 따라 그 사회의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계에서처럼 일정 수량 이상의 표본을 확보할 수 없는 질적 연구에서 연구의 대상이 된 사회 구성원이 해당 사회에 얼마나 통합되어있는지 알 수 없으리라는 의문이 든다. 혹 그는 루스 베네딕트가 말한 경계인처럼 자기 사회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일 수 있지 않을까. 집단성이 약하고 행동준칙이 강한 사회일수록 이런 사람이 많이 나타나겠지만, 둘 이상의 사회를 비교하는 것 이상으로 어느 사회의 유형을 규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Posted by 밀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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